‘갤럭시’, ‘로가디스’로 유명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 G(Shift G)’를 론칭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체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1995년 ‘엠비오’ 이후 27년 만이다. 그간 남성복 업체들은 출근 복장 자율화 흐름에 따른 정장 수요 감소로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바람을 타고 캐쥬얼 정장, 워크웨어 등의 수요 증가로 남성복 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자 신규 브랜드 론칭 및 리뉴얼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뉴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 G’를 출시한다고 25일 밝혔다. 브랜드명은 변화와 도약을 뜻하는 ‘시프트‘와 새로운 세대(GENERATION)를 의미하는 ‘G’를 붙여 지었다. 출근복과 일상복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유틸리티 워크웨어(Utility Workwear)’를 지향하며 3040 고객이 주요 타깃이다.
대표 상품은 워크 셔켓(셔츠+재킷)·사파리·초어 재킷(작업복 스타일의 재킷) 등 아우터와 맨투맨·하프 집업·후디 등 이너, 슬랙스·데님 등 팬츠로 구성됐다. 시프트 G 매장에서‘사쥬 드 크레’, ‘오어슬로우’ 등 해외 브랜드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삼성물산은 26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시작으로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남성 정장 시장 규모 10년 새 반토막
삼성물산이 거의 30년만에 자체 남성복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침체 일로를 겪던 남성복 시장이 캐주얼·컨템포러리 의류 등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성복은 정장을 중심으로 패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지난 수년간 침체기를 겪다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남성 정장 시장 규모는 2011년 6조8668억 원에서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4조5028억원(추정치)으로 40%가량 쪼그라들었다. 국내 대기업 패션업체들은 신규 브랜드 론칭은 고사하고 기존 사업을 철수하고, 외국 수입 브랜드를 가져와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엠비오’, LF의 ‘타운젠트’ 등은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하고 온라인 기반 브랜드로 전환됐다.
하지만 3040 남성을 중심으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까지 겹치면서 외출과 출근이 늘자 남성복 시장이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리오프닝 직후인 지난 5~6월 남성복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 증가했고, 7월과 8월은 각각 30%, 35%씩 신장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재택 근무가 끝나고 대면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본인을 가꾸기 위한 남성복 수요가 많다”며 “일터나 일상 생활에서 같이 입을 수 있는 컨템포러리 의류가 인기”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전열 재정비해 남성 재공략
이에 다른 주요 패션업체들도 남성복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는 올 하반기 남성복만 판매하는 단독 매장을 전국 주요 도시에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LF는 지난해 말 버버리 출신의 디자이너를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한 뒤 ‘닥스’ 등 주요 남성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외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한섬은 오는 31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스웨덴 브랜드 ‘아워 레가시’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하며, 코오롱 FnC는 프랑스 브랜드 ‘이로 맨즈’ 매장을 현재 1개에서 올 연말까지 9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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