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어 부품 생산 업체인 피에이치에이(043370)(구 평화정공)가 회생 중인 2차 협력사를 ‘인수하겠다’고 접근한 뒤 기술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과 함께 부당하게 확보한 기술자료 폐기하라는 명령도 처음으로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도급법 위반)한 피에이치에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 8800만 원(잠정)을 부과하고 피에이치에이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8일 밝혔다. 부당하게 확보한 기술자료는 30일 이내에 피해 기업에 반환하거나 폐기하라는 명령(피해 기업의 동의를 얻은 경우 제외)도 처음으로 시정명령에 포함했다. 재발 방지 명령만으로는 기술자료가 계속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반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인 피에이치에이는 자사에 부품을 공급해온 2차 협력사 A 기업이 회생 절차를 밟자 2019년 6월 기술 도면을 포함한 자산 인수를 제안했다.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그러나 피에이치에이는 A사 인수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자 비용을 A사 자산을 인수하는 대신 또다른 2차 협력사인 B 기업에 A사가 만들던 부품을 개발해 납품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피에이치에이는 A사의 도면 41건에서 회사 로고 등을 지운 뒤 자사 도면으로 등록하고 B사에 이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망을 피하려고 금형 개발에 필요한 A사의 도면 19건을 제3의 업체를 통해 B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피에이치에이는 A사에 상주하던 직원을 통해 자사에 필요한 도면 59건을 파악하고 자산 인수 목록 조사 등을 명목으로 미보유 도면 22건을 요구해 모두 수령했다. 이로써 피에이치에이는 A사가 납품하던 부품과 관련된 모든 도면을 확보했고 이중 단종된 부품 도면 9건을 제외한 13건을 정해진 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 유용했다.
A사는 경영난으로 2020년 8월 파산했다. 공정위는 “피에이치에이는 거래 과정에서 A사에 기술자료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나 법원의 허가 등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며 “회생법인 재산을 처분할 때는 법원 허가가 필요한데 피에이치에이는 허가를 얻어 A사의 자산을 매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피에이치에는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A사를 포함한 5개 협력사에 설계도면 등 164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도 요구 목적, 권리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용 절감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만 탈취한 행위를 (신고에 따른 조사가 아닌) 직권 조사를 통해 적발한 데 의의가 있다”며 “공정위 기술심사자문단 자동차 분과 전문가와 협력해 전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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