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최근 사명을 변경하고 과거 지우기에 나섰다. 또 벤처캐피탈(VC)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벤처투자 확대에도 나선다. 올 해 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남이 근무해 HYK가 논란에 휩싸이고 한진에 대한 투자 손실도 부각돼 변신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YK파트너스는 사명을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하고 VC 자회사인 골든오크벤처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회사측은 신규 벤처투자 인력 채용과 펀드 조성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3월 HYK파트너스로 출범한 골든오크인베는 같은 해 10월 한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후 경영 참여를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한화인베스트먼트를 이끌었던 한우제 대표가 설립자이자 최대주주로 있다.
골든오크인베는 설립 초기 약정액 1002억 원 규모 'HYK 1호 PEF'를 결성하고 한진에 약 670억 원을 투자해 9.79%의 지분을 확보, 한진칼(180640)에 이은 2대주주에 올랐다. HYK 1호 PEF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방(000050)이 약 900억 원을 투자해 최대 출자자로 있다.
골든오크벤처스는 자본금 25억 원으로 서울시 중구 통일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한 대표를 비롯해 골든오크인베의 주요 인력들이 두 회사의 핵심 직책을 겸하고 있다. 골든오크벤처스는 조만간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할 계획이다.
IB업계는 골든오크인베의 이번 사명 변경과 VC 설립이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 하며 본격적인 재기를 모색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골든오크인베는 올 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재직해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국민의 힘 등 당시 야권은 골든오크인베가 이 후보측 지지 인사를 한진의 사외이사로 추천하려했던 것을 꼬집으며 이 후보 장남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진에 대한 투자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골든오크인베가 심기일전을 하려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2020년 약 670억 원을 투자해 한진 주식 146만주가량을 확보했는데 지난 30일 종가(2만 5650원) 기준 지분 가치는 약 375억 원 수준에 그쳐 손실율이 40%를 넘어섰다.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한진을 상대로 참패해 경영 참여나 경영권 확보의 불씨를 되살리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사명 변경과 VC 설립 이유에 대해 한 대표는 "일부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주주들의 요구가 있어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최근 설립한 VC를 통해 벤처투자 활동도 활발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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