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 2점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키아프에 참가한 페로탕 갤러리 출품작 중 구입 가능한 작품 말이죠. 판매 완료된 작품에도 이렇게 예닐곱 명씩 ‘예약’이 걸려 있습니다. 프리즈에 개인전 형식으로 내놓은 타바레스 스트라챈의 작품 판매 상황도 비슷하네요. 애호가들은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갤러리 운영시스템에 접속해 아트페어 판매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 중인 엠마뉴엘 페로탕 페로탕갤러리 대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21세이던 1990년 파리에서 갤러리를 시작해 홍콩·뉴욕·도쿄·상하이 등으로 영역을 넓힌 그는 이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개최를 앞두고 전 세계 열 한 번째 지점이자, 두 번째 서울 갤러리인 ‘페로탕 도산파크’를 최근 개관했다. 전날 페로탕 도쿄에서 다니엘 아샴의 개인전을 막 올린 후 곧장 아트페어 개막에 맞춰 현해탄을 건너 온 그를 서울경제가 1일 단독으로 만났다.
페로탕은 지난 2016년 4월 종로구 삼청동에 첫 서울점을 개관했다. 페이스·리만머핀 갤러리보다 한발 앞섰다. 글로벌 화랑들이 추가로 서울에 진출하고 전시공간을 확장할 때 그는 ‘2호점’을 열었다. 그 이유에 대해 페로탕 대표는 “한국 미술시장이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애호가들은 현대미술과 외국 작가에 대해 개방적이고, 중국과 비교하면 인구대비 컬렉터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의 중흥기를 상징하는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첫 번째 갤러리 개인전을 열고, 애니메이션 화풍을 현대미술로 끌어들인 무라카미 다카시를 발굴했으며, 현재 가장 ‘핫’한 작가 다니엘 아샴을 22세 때 발굴해 42세인 지금까지 동행하고 있는 페로탕이다. 독특하고 파격적이면서도 유쾌한 페로탕의 작품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소비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갤러리가 아트페어마다 ‘솔드아웃’을 기록하고, 매년 새 갤러리를 오픈하는 이유다.
“지금은 30대가 최고급 페어인 ‘아트바젤’에 와서 작품을 산다. ‘영 앤 리치(Young & Rich)’ 컬렉터의 등장은 아주 건강한 현상이다. 술과 차를 사는 데 돈을 쓰는 것과 달리, 예술품을 구입하는 것은 작가들의 정신을 함께 사들이는 것이다. 예술은 환경·인권문제에 대한 환기, 연대의식과 참여의식 같은 사회적 영향에 관심을 갖게 한다. 젊은 컬렉터들은 예술과 그 정신을 인터넷과 SNS로 공유한다. MZ컬렉터는 진짜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을 향유할 줄 아는 이들이다.”
글로벌 경제상황의 변화가 미술시장의 위축을 우려하지만 페로탕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예술계가 패션계와 다른 점은 ‘한 시즌’만 보고 작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예술은 단지 돈 때문 만이 아닌 더 장기적인 가치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샴페인 터뜨리는 과소비가 줄어들 뿐, 진짜 애호가들의 미술에 대한 열정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페로탕은 오는 11월 두바이에 12번째 갤러리, 내년 초 LA에 13번째 갤러리를 추가로 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