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세계 각지에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과업계가 국내 출시 제품을 해외에 선보일 때 현지 사정에 맞게 이름을 바꾸는 ‘이색 네이밍’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 고객을 사로잡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제품명’이라는 판단에서다.
6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아이스크림 ‘설레임’을 지난달 인도 현지에서 ‘시퍼블스(Sippables)’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시퍼블스는 영단어 ‘sip(홀짝이다)’과 ‘able(할 수 있는)’의 합성어로, 설레임을 먹는 방식을 표현한 롯데제과가 만든 신조어다. 그 동안 롯데제과는 보통 해외에서도 ‘월드콘’, ‘초코파이’, ‘자일리톨’ 등 국내 상품명과 동일한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해 왔다. 현지 사정을 고려해 제품명을 바꾼 건 이례적이다. 롯데제과 측은 “설레임을 단순히 영어로 번역할 경우 인도 현지인들에 제대로 제품을 알리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설레임 특유의 홀짝이며 먹는 방식을 제품명에 쓰기로 했다”며 “인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퍼블스가 제일 반응이 좋아 최종 채택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오리온은 상당수 제품을 해외 현지에서는 이름을 바꿔 출시하고 있다. ‘꼬북칩’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랑리거랑’으로 선보였다. ‘룰루랄라’와 같이 기분이 좋을 때 표현으로, 네 겹의 과자를 먹었을 때 흥이 절로 나는 식감 등을 제품명으로 위트 있게 표현했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터틀칩스(TURTLE CHIPS)’로 판매한다. 현지 소비자들이 이름을 보고 제품 모양을 쉽고 직관적으로 연상 할 수 있게 작명했다.
국내 출시된 오리온의 ‘구운쌀칩’은 베트남 현지에서는 ‘안(安·A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중이다. 베트남어로 ‘편안하다’와 ‘먹다’의 발음이 같아 ‘편하게 먹는다’를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안’으로 지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오리온은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 ‘정(情)’을 중국에서는 ‘인(仁)’, 베트남에서는 ‘띤(Tinh)’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제과업계가 해외에서 이색 네이밍 전략을 펼치는 것은 현지 소비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 상품명을 현지어로 번역하기 보다는 제품 특징과 현지 국가 문화를 반영해 이름을 정하는 게 훨씬 더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라며 “이에 현지 정서를 고려한 네이밍 전략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이름표를 바꿔 단 제품들의 판매 실적도 좋다. 오리온에 따르면 쌀과자 ‘안’이 올해 1~7월까지의 베트남에서 거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랑리거랑의 올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며, 2018년 중국 현지 출시 이후 올 7월까지 누적판매량은 1억 4000만 봉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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