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북 포항시 남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 사고 현장에서는 7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2명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7일 소방 당국은 지하주차장에서 물을 퍼내는 동시에 해병대·해경 등과 함께 수색 인원을 편성해 집중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추가로 나온 생존자나 사망자는 없었다.
이날 경찰과 소방 당국이 공개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진은 사고 당시 참혹했던 순간을 그대로 보여줬다. 배수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된 뒤에도 승용차와 승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서로 뒤엉킨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물은 빠졌지만 주차장 벽면 곳곳에는 흙탕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침수 당시 물이 얼마나 들어찼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사고가 완전히 수습되고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방 당국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오전 5~6시 사이에 지하주차장에 물이 찰 수 있으니 차량을 지상으로 옮겨달라는 내용의 방송을 두어 차례 했다. 관리소장은 기자들에게 “그때(방송할 때)는 괜찮았다. 지하주차장이 배수펌프도 잘 돼 있고 모래사장도 잘 돼 있고 하기에, 지하주차장이 침수될 위험이 없기 때문에 방송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이 차서 넘어올 줄은 몰랐다. 주민들이 내가 방송하면 바로 내려오느냐”며 “아니지 않나. 한 10분에서 20분 걸리지 않나. 그 사이에 물이 찼다”고 밝혔다. 단순히 빗물이 유입될 것이라 판단해 안내 방송을 했는데 인근 하천이 넘쳐서 물이 빠르게 흘러 들어올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방송할 때는 아파트가 침수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 그 직후 하천물이 넘쳤다는 주장이다. 관리소장은 “자괴감이 든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여론도 일단 마녀사냥식 책임 묻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아파트 주민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내 방송은 주민 재산 피해를 막으려는 시도였을 뿐 사고가 일어나라고 내보낸 것이 아니다”라며 “관리사무소 측에 대한 책임 제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누리꾼 A 씨는 “관리사무소 측에서 사람을 죽이려고 방송을 했겠는가. 물이 저렇게 차오를 것을 알고 방송을 했겠는가”라며 “아파트 주민의 재산 보호를 위해서 할 일을 다 했을 뿐”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 B 씨는 “소장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재산을 보호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재해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일어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서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무시하고 안내 방송을 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형사처벌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누가 봐도 (범람으로 인한 침수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면 과실치사죄도 적용하기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관련 사전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하천 범람에 대비한 지방자치단체 매뉴얼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차원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었겠지만 ‘외출 자제’와 같은 단순하고 기본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아파트 바로 옆에 큰 하천이 흐른다는 지형적인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대응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여름철 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거나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민과 지자체가 나서 대비책을 세부적으로 만들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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