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다시 돌파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짧은 시간 동안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때나 볼 수 있는 1400원에 근접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잭슨홀 회의 이전과 비교했을 때 경기·물가 상황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남은 금통위 회의서 50bp(1bp=0.01%포인트)보단 25bp씩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조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이달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한다면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은은 지난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대로 높은 수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인 만큼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 셈입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이면서 물가안정목표치인 2%로 내려간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엔 다시 한번 선을 그었습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빅스텝 가능성을 묻자 “최근 환율이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와 물가 상황이 8월 금통위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8월 금통위에서 밝힌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한다는 원칙엔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금통위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경기 물가 지표나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은은 지난 7월 빅스텝을 한 배경 중 하나로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의 추가 확대 영향을 거론했는데 당시보다 최근 환율 수준이 더 높은 데도 빅스텝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 셈입니다. 사상 첫 빅스텝을 했던 7월 13일 당일 원·달러 환율은 1306원 90전으로 이달 8일 1380원 80전보다 70원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8월 금통위 직후 열린 잭슨홀 미팅이 전 세계 외환·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경기·물가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한 셈입니다.
또한 국고채 금리도 빠르게 올랐습니다. 한은 금융시장국 박성진 팀장과 한민 팀장이 올린 블로그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8%, 10년물 금리는 3.81%로 각각 2011년 8월과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 수준이 됐습니다. 잭슨홀 회의 이후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강도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급격히 후퇴하면서 국고채 금리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8월 물가가 5.7%를 기록하면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이는 등 긍정적 변화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은도 전망했듯이 5~6%대 높은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물가 정점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큽니다. 이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의 불확실성이나 근원물가 오름세 지속 등으로 물가 정점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지연될 것인지 현재로서 단정해 말하긴 어렵다”며 “상황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잭슨홀 미팅 이후 미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빅스텝에 선을 긋고 있어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의 연말 정책금리가 4%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오는 만큼 한은이 빅스텝을 하지 않는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최대 3.0%로 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발생합니다.
이 부총재보가 발언했듯이 다음 금통위는 10월 12일로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9월 FOMC 결과 등을 보고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가 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7월에 생각했던 물가·성장 전망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번(7월 금통위)에 말한 포워드 가이던스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금리가 지난 1년 동안 2%포인트가 오른 영향을 지켜보고 경기 하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연준의 9월 (금리) 결정 등을 보면서 25bp(1bp=0.01%포인트)씩 올릴지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라고 발언했습니다. 9월 FOMC 이후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볼 때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