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쿠팡이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 부문인 쿠팡이츠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데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과의 단건배달 전면전에서도 밀려 적자에서 벗어날 묘책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통 대기업 등에 쿠팡이츠를 매각하는 카드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배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수개월간 쿠팡이츠 매각을 타진해왔다. 매각을 위해 접촉한 곳은 롯데·신세계·GS리테일 등 주요 유통 대기업을 포함한 전략적투자자(SI)로 확인됐다. 또 조만간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단건배달을 앞세워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의 판을 흔들 정도로 고속 성장했던 쿠팡이츠 매각에 나선 데는 이미 포화된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무리하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 라이더들에 대한 프로모션을 대폭 줄이면서 라이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702만 명대로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난달 기준 434만 명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2074만 명에서 2152만 명으로 80만여 명이 증가했다. 쿠팡이츠 등 신사업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7% 줄었으며 이 부문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손실 규모는 3166만 8000달러(약 437억 9684만 원)에 이른다.
다만 이 같은 매각설에 대해 쿠팡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배달 기사 공급을 위한 경쟁력을 키워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쿠팡은 최근 원활한 라이더 공급을 위해 ‘이츠플렉스’를 운영할 협력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츠플렉스는 쿠팡과 제휴를 맺은 배달대행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 라이더로, 강남 등 서울 일부지역에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츠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군으로 유통 대기업 외에 금융사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금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는 데다 신한은행이 올해 초 론칭한 ‘땡겨요’ 앱의 성장 사례처럼 금융권이 비금융업 진출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이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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