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시대에서는 국가 지도자가 과학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연구 현장에 자율성을 대폭 보장해줬으면 합니다.”
한미 과학기술 리더들은 서울경제가 최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연 ‘한미 과학기술 혁신 토크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건의 사항을 얘기해달라’는 주문에 주요 5개국(G5)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우선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내년 과학기술 분야 예산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기초과학 수준이 세계 10위권에는 들어서야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에 따라 올해보다 3% 증가한 30조 6574억 원 규모로 이달 2일 국회에 제출됐다. 노 원장은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확 개선해주고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결국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대통령 과학 프로젝트’를 기획하려고 하는데 힘 있게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국가 R&D 시스템 혁신 등 국정과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과학기술인을 자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에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과학기술 문화가) 파급되고 녹아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나아가 산학연 간에 담을 허물고 협력 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출연연이 전략기술 개발 등 국가 임무형 연구를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게 연구 환경을 잘 갖춰줬으면 한다”며 “지역 소멸 우려에 대응해 출연연이 대학과 함께 지역 혁신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희용 미국 국립보건원(NIH) 치프는 “지속적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국에서 산학 협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NIH는 중소기업들이 연구소와 함께 연구하며 혁신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소개했다.
김영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은 한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위상 제고를 들어 “국제 과학 퍼실리티(시설)를 한 나라가 다 할 수 없으니 한국도 참여해 외국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준석 미국 웨스턴미시간대 환경건설공학부 교수는 “재외 동포들을 품는 게 중요하다”며 “재외 동포들이 한국과 연이 있지만 기여할 수 있는 끈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국가적으로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둬야 한다”며 “다만 과학기술계도 정부에 요구를 많이 하는데 스스로 비효율적인 것을 걷어내려는 자성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중석에서도 활발히 토론에 참여했다. 오명숙 한국여성과총 회장은 “과학기술계가 강국으로 가기 위해 혁신하려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여성이 좀 더 많이 과학기술계에 진출하고 고경력자와 젊은 세대가 어우러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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