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숨 가쁘게 내달려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머릿속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상 첫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과거에 볼 수 없던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명분이 충분했다.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먼저 제기됐고, 그 이후로는 물가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불균형 위험이 점차 완화되고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것으로 보이면서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할지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3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25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금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비교적 뚜렷하지만 향후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될 경우 기준금리를 어떻게 운용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나 공급망 문제 등이 해소돼야 물가가 점차 둔화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금리를 계속 올릴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금통위원도 금리 결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금통위원은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해 경기와 물가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관계)’가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점에서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간담회에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조금 낮아지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지금처럼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크게 악화되거나 주요국 경기 둔화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거나 선진국이나 중국의 경기가 굉장히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 물가는 같이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추이를 판단할 수 있는 리스크는 올해 연말이 돼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방향)도 3개월 시계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가 역시 정점을 지나더라도 얼마나 빠르게 물가안정목표인 2%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 금통위원은 “과거 물가 급등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목표 수준 이내로 안정화되는 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며 “다만 과거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 시기와 달리 지금은 국내총생산(GDP) 갭 플러스 상태가 유지되거나 마이너스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물가가 빠르게 중기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도 금통위 내부에서 논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의사록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금통위원은 “국내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인플레이션 기대를 제어하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다른 금통위원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고금리 여건과 결합하면 경기 둔화 폭이 확대되고 침체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상 속도와 정도를 신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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