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외국인과 기관의 폭풍매수로 ‘6만전자'에 가까워졌던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다시 주저앉았다. 간밤 발표된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돌면서 긴축 공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11시 40분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89% 떨어진 5만 7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5만 62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3% 넘게 빠지기도 했다.
전일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4.50% 오른 5만 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각각 756억 원, 1843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대폭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국의 8월 CPI가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8.3%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웃돌자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물량을 거둬들이며 삼성전자를 각각 241억 원, 339억 원가량 팔아치우고 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물가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IT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부담도 커졌다. 이에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6.18% 급락한 가운데 엔비디아(-9.47%), AMD(-8.99%), 마이크론(-7.46%) 등 미국의 대표 반도체주들도 7% 넘게 하락했다.
한편 ‘반도체 겨울’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실적 역시 어두울 것으로 전망돼 개미들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2조 3000억 원, 39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올해 예상 실적 대비 각각 4%, 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내년 삼성전자 실적이 줄어든다면, 이는 무려 4년 만의 역성장이다.
다만 이러한 우려가 현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둔화로 내년 역성장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미 주가는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며 “삼성전자의 현 주가는 내년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수준으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업황 불확실성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므로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탐색하는 투자가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상대적인 측면에서 테크 업종 내에서 삼성전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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