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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앞두고 환율 1400원 초읽기…'빅스텝' 고민 커지는 한은

■원·달러 환율 1390원도 돌파

연준 오락가락 통화정책 변동성 키워

환율 13년 5개월만에 최고치 찍어

리라화 1.7% 하락때 원화 5.9%↓

외인 채권자금 20개월만에 순유출

8월 경상수지 적자땐 유동성 우려 ↑

美 긴축강도 높이면 韓 대응책 고심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욱 기자 2022.09.14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나로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둘러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연준이 정책 기조 변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됐다가 이내 실망하면 국채금리·주가·환율 등이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국제 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5.9%(8월 1일~9월 8일)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통화는 일본 엔화(-6.7%)가 유일했다. 영국 파운드화(-4.1%), 중국 위안화(-2.7%), 유로화(-1.0%) 등도 달러 대비 가치가 빠졌지만 원화 절하 폭보다는 작았다. 충격적인 것은 비정상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물가 상승률이 80%를 오가는 튀르키예 리라화(-1.7%)보다도 낙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원화와 연동되는 경향이 강한 중국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등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는 탓이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0일(1391원 50전) 이후 약 13년 5개월 만에 최고인 달러당 1390원을 뚫었다. 장중 최고가는 1395원 50전에 달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으로 1500원까지 열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14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깨지면 추가적인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연준이 9월 최소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보면 연말까지 강달러를 막을 방도가 사실상 없다”며 “1차 저항선은 1420원이며 연내 145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한미 간 금리 차이에 따른 유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8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초긴축 기조가 점점 강해지는 반면 우리 통화 당국은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는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혹여 미국이 9월 울트라스텝(1%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게 되면 외환시장이 급격히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피봇(pivot·방향 전환)을 기대하기보다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higher for longer)을 염두에 둘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중 일부는 한국은행이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빅스텝을 배제하면서 우리 외환시장이 환 투기 세력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자금 동향에도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도 대거 유입됐던 외국인 채권 자금이 지난달 13억 1000만 달러 유출된 것이다. 채권 자금의 순유출은 2020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한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은 대내외 금융 불안에 노출됐다”며 “강달러, 경상수지 악화 등이 장기화될 경우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거주자 해외 투자 확대, 단기 외채 증가 등으로 외환 부문의 취약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결국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미국의 초긴축 영향권에 들어갔다. 대외 무역 의존이 큰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은 조사국은 이날 ‘미국·유럽의 경기 침체 리스크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 대응 과정에서 연준의 정책 대응이 과도하거나 미흡할 경우 경기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기 침체로 대외 수요가 위축되면 국내 성장·물가 오름세가 동시에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를 올린다고 환율이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금리를 급격히 인상할 경우 외환위기를 피하려다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에는 한미 통화 스와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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