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권가에서도 반등에 대한 기대가 줄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7월에 기록한 올해 저점인 2276포인트를 다시 뚫고 내려갈 가능성은 작지만 2400선을 기점으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전통적 배당주인 통신·손해보험주와 방어주인 필수 소비재, 2차전지 및 에너지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삼성증권(016360)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축소’로 하향 조정하고 현금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의 하단을 2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최대 위험은 기업 실적의 하향 조정이 본격화된다는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로 경기 둔화 압력이 상승하면서 주요 지수가 전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평균 2400선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 팀장은 “6월 국내외 증시 동반 패닉 당시의 지수 하단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지만 물가 하락에 대한 확신 전까지는 8월 반등 랠리의 고점을 넘어서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단기적으로는 2400선을 기점으로 박스권 장세를 보이지만 추가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역실적 장세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눈으로 확인될 경우 증시가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대신증권(003540)은 코스피 예상 하한선을 2050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증권가가 주식 비중 축소를 권하는 배경은 3분기 이후로 기업들이 고물가와 긴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고물가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는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는 상태다. 경기 악화와 고물가 중 하나라도 추세적인 전환에 성공해야 증시도 반등을 도모할 수 있지만 두 요소 모두 증시에 부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하락 추세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혹은 그 이상을 올리면 11월 FOMC가 관건이 될 텐데 그때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계속 커질 수 있다”며 “겨울이 되면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시장 전체적으로 물가·경기·금리의 삼중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저평가된 업종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취할 것을 권한다. 코스피가 1.7% 넘게 급락한 이날도 코스모화학·포스코케미칼 등 2차전지 관련주는 3%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박스권에 갇힐 때는 현금 비중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것이 맞지만 일부 저평가된 종목들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낙폭 과대 우량주나 고환율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정보기술(IT) 부품, 자동차는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에서 전통적인 대안인 경기 방어주와 통신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500부터는 단기 트레이딩을 자제하고 차익 실현 및 현금 비중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의 방어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코스피 2400~2500 박스권에서는 순환매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8월보다 주식 트레이딩 비중을 줄여나가는 가운데 목표 수익률과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고배당주인 통신주(KT(030200)·LG유플러스(032640))와 손해보험주(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뿐 아니라 경기 방어주인 필수 소비재(KT&G(033780)·롯데칠성(005300)), 에너지(GS(078930)·S-Oil(010950))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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