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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비용, 4년뒤 6.6조로 '껑충'…신재생 감속해 한전 부담 던다

■신재생 의무비율 2026년 25%→10%대로

'탈원전' 文정부서 높게 설정돼

기존안 유지땐 전기料 인상 압박

비율 조정하면 매년 수조 절감

발전단가·설비 구축비용도 줄어

'적자 늪' 한전, 재무 개선에 도움





한국전력이 문재인 정부 첫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맞추기 위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2017년 1조 6120억 원이었던 RPS 비용은 4년 뒤인 지난해 3조 2649억 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한전이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이 전기를 생산하고 발급받는 일종의 ‘쿠폰’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매년 사들여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렇게 지출되는 RPS 비용이 지속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전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2026년 RPS 비용은 6조 6528억 원까지 치솟는다. 9년 새 한전의 RPS 관련 비용만 4배 이상 뛰는 셈이다.

한전의 RPS 관련 비용 증가 배경에는 정부의 가파른 RPS 비율 상향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 500㎿ 이상의 대형 발전사들이 충족해야 하는 RPS 비율은 4.0%에 불과했지만 2026년에는 25.0%까지 상승하게 된다.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한전은 REC를 구매해 RPS 비율을 맞추고 이 비용은 다시 ‘기후환경요금’ 명목으로 전력 사용자에게 징수된다. 실제 한전은 올 4월 기후환경요금을 1㎾h당 2원 인상한 바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기후환경요금은 매년 인상될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재생 사업자들은 태양광 등 전력 생산에 따른 수익 외에 REC 판매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이라는 ‘준조세’로 신재생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가 신재생 발전 비중 하향안 발표에 뒤이어 RPS 비율 하향 작업에 착수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올해 말쯤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내부 조율 후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규 RPS 비율을 곧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대못’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기 위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애초 계획 대비 앞당겨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PS 비율 조정안이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RPS 비율 조정안과 관련해 신재생 사업자들은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반면 대형 발전사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RPS 비율 상향안에 대해 대형 발전사들은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4월 RPS 비율 상한을 기존 10%에서 25%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026년까지 적용되는 ‘RPS 비율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RPS 비율은 지난해 9.0%에서 올해 12.5%로 상향되며 이후 매년 2%포인트, 2.5%포인트, 3.5%포인트, 4.5%포인트씩 높아져 2026년에는 25%까지 높아진다. RPS 상향 폭에 비례해 한전의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재생 발전 속도 조절로 당장 내년 RPS 비율부터 기존안(14.5%) 대비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2030년 신재생 발전 비중을 지난해 발표안 대비 8.7%포인트 낮춘 21.5%로 설정한 만큼 2030년 RPS 비율 또한 20% 초반대 정도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입장에서는 이 같은 RPS 비율 조정으로 연간 수조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 셈이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기준 올해에만 26조 6009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한전 입장에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정책인 셈이다.

신재생 비중 축소는 RPS 관련 비용 감소 외에도 발전단가 감소 및 한전의 송배전 설비 구축 비용 감소로도 이어져 여러모로 한전 재무 개선에 도움이 된다. 산업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전력 계통 혁신 방안’에 따르면 신재생 확충으로 2030년까지 전력망 보강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만도 총 78조 원에 달한다. 기존 47조 5000억 원이었던 관련 비용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따른 신재생 설비 확대로 30조 원 이상 늘었다.

신재생은 기후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좌우돼 동일 발전량의 원전이나 화석연료 기반 발전 대비 4~5배가량 많은 계통망 투자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관련 비용 대부분은 송배전망 구축 담당 사업자인 한전이 부담한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신재생 비중 축소 정책에 따라 한전의 전력망 관련 투자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업부는 조만간 있을 국·과장급 인사에서 초임 과장을 주요 에너지국 총괄과장으로 발령을 내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전 담당 국장 및 원전수출과장을 제외한 상당수 에너지 관련 국·과장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 같은 인사로 신재생 속도 조절 및 원전 확대 등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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