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통하는 치킨이 최근 물가상승 여파로 값이 치솟고 있다고 미국 CNN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치킨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인기 있지만 최근 치킨값 상승세에 한국에도 엄습한 인플레이션을 실감케 하는 품목이 됐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한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6900원짜리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개장과 동시에 일제히 치킨 매장으로 뛰는 '오픈런' 풍경을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도 소개했다. 영상에는 오전 10시 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매장을 가로질러 치킨 판매대로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프라이드치킨 값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1만5000원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인플레 여파로 2만원을 넘는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앞으로는 3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런데 대형마트에선 시중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치킨을 판매하니 소비자들이 마트로 몰려드는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CNN은 "한 대형마트는 거의 50% 저렴한 치킨을 선보이는 행사를 1주일간 진행해 6만 개나 판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대형마트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고 협상력을 내세워 공급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기에 이같은 파격적인 치킨 세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CNN은 소개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 음식점이 올린 수익은 79억 달러(약 11조원)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인구 수를 고려하면 치킨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치킨값은 작년 동기 대비 11.4%나 올라 김치찌개나 생선회 등 다른 외식류보다 물가 상승 폭이 컸다. 이 같은 치킨 가격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공급난으로 밀과 해바라기유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지난 2년간 치킨 소매가가 50% 이상 상승했다면서 "프라이드치킨과 관련된 모든 비용이 매우 빠르게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름값과 인건비, 배달비, 가게 임차료는 물론 닭고깃값도 치솟았다"며 "일부 치킨점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유진 유로모니터 애널리스트는 치킨이라는 간단한 음식을 먹으려고 3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한국인에게 편안한 음식이었던 치킨은 이제 망설임 없이 쉽게 주문하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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