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예비 입찰을 벌였던 롯데카드 매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융그룹 등 예비 입찰 참여자들과 경쟁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분 20%에 투자한 상태로 인수 의지만 확실하다면 가장 앞선 후보로 평가 받는다. 우리금융은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증권사를 지목했지만, 롯데카드 인수로 고객자산관리·자산운용 ·동남아 진출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도 놓지 않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7일 매각주관사 JP모건을 통해 실시한 예비입찰에서는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전략적 투자자 2곳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 2곳 등이 참여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로는 블라인드 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대형 펀드)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한 곳과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예비입찰 참여자를 견제하는 한편 지나치게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매각은 산업은행이나 회생법원이 주도하는 공개입찰이 아닌 민간 주도의 입찰이어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 해 초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인 KT(030200) 역시 계열사인 BC카드 등을 통해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우리금융 등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 2019년 롯데카드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롯데카드에 관한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파악했고 가장 오랜시간 (인수를) 고민해왔다”면서 “자기자본 여력이나 증권사 인수 등을 고려해 재무적 투자자를 파트너로 MBK 보유 지분 인수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2019년 MBK를 재무적 파트너로 삼아 롯데카드 인수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도 사모펀드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일종의 재무적 파트너 교체 성격에 가깝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 지분 100%의 가치를 약 1조 7000억 원으로 평가하고 이중 80%를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 3800억 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전체 지분의 60%, 우리은행은 20%를 각각 확보했다.
우리은행이 MBK의 펀드에 출자하지 않고 직접 투자 방식인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60%다. 매각가는 MBK측이 지분 100%기준 3조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인수 후보들은 이보다 낮은 2조 원 중후반대가 적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존 주주로 20%를 들고 있는 롯데쇼핑 역시 롯데카드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와 궁합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라는 브랜드 뿐만 아니라 롯데카드 고객의 주요 사용처가 롯데 그룹 계열 유통사이고, 그로 인한 고객 관련 데이터 공유 등 롯데그룹과 새로운 인수자는 주주간 계약을 통해 사업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게 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사모펀드보다는 금융회사의 인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사업 시너지가 없는 곳이 인수자로 확정되면 보유 지분 20%의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어 우리금융의 전격 등판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금융 등 금융사들이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실상 대형 카드사 중에는 마지막 매물이라는 점 뿐 아니라 변수가 다양하다. 롯데카드는 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이 중 500만 명이 활동 중인 유효 고객이다. 이들로부터 받는 비금융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수요를 파악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이 자영업자 대상 중금리 대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것이 롯데카드의 가치 확장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6위로 자산 14조 1200억원을 보유한 우리카드가 4위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17조 7000억 원의 자산을 늘리며 운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주목된다. 자산 규모 기준 3위인 KB국민카드(27조원)를 제치면서 업계 1위인 신한카드(38조원)와 본격적인 경쟁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의 후광으로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는데, 이후 현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진출 문턱이 높아졌다. 롯데카드가 아직 높은 수익을 거두지는 못하지만 현지 사업 기반과 노하우를 확보할 기회도 될 수 있다.
다만 롯데카드가 최근 수년간 장기 차입금을 단기 차입 위주로 바꿔 금리를 낮추고 모은 자금 일부를 장기 투자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입한 것은 새 주인의 부담으로 거론된다. 롯데카드는 1분기 기준 만기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과 전자 단기사채 발행액이 2020년보다 9배 이상 늘어난 5조 8450억 원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의 부동산PF 잔액은 3월말 기준 1조 2477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 사업에 투자하는 형식인데 단기 실적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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