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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한기정號, 규제개혁 되살릴까

대형마트 새벽배송·쏘카 영업제한

공정위 핵심 과제였지만 불발 위기

"경쟁 제한하는 규제 합리적 개선"

위원장 발언에 개혁 힘 받을 듯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경쟁촉진형 규제 개혁’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장 인선 지연으로 ‘사실상의 수장 공백’ 사태가 4개월 가까이 이어진 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존재감이 옅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취임과 함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 들어 발굴한 44개 규제 개선 과제 중 상당수는 이해관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진행하며 “기업 애로 해소 차원의 규제 개선을 넘어 진입규제·사업활동 제약 등 규제를 개혁해 시장의 혁신 경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쟁제한적 규제의 개선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특히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언급된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 구역 규제 개선’은 각 지역 기반 렌터카 업계의 거센 반대에 가로막혔다. 현재 쏘카 등 카셰어링 사업자는 전국에서 영업소를 운영하더라도 정해진 영업 구역에서만 차량을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다. 가령 소비자가 서울에서 차량을 빌려 부산에 반납하면 해당 차량은 부산에서 대여할 수 없어 업체가 서울까지 운송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 차량 대여료보다 비싼 ‘편도 이용 수수료’가 발생한다. 카셰어링 영업 구역 규제가 사라지면 수수료 없이 전국 단위 편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등 소비자의 편리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지역 기반 렌터카 업계는 카셰어링 업체에 소비자를 뺏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기득권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규제 개선 과제는 ‘약 자판기’ 설치다.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소비자가 야간·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도 해열제·소화제 등을 살 수 있도록 곳곳에 약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응급 상황에서 일반 의약품을 구매할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약사 단체 등에서는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다”며 “약사가 약물 접근성을 통제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형마트 새벽 배송 규제 완화’도 의무 휴업 폐지와 맞물려 흐지부지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은 문을 닫아야 하고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이때 온라인 배송도 함께 막혀 ‘새벽 배송’은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새벽 배송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 중인 쿠팡·마켓컬리와 비교해 대형마트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또 다른 규제 개선 과제였던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가 소상공인의 반발에 부딪히고 윤 대통령이 “당장 제도를 변경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특히 소상공인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도 함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그나마 실현 가능성 있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 과제를 선정했지만 기득권에 가로막혀 소비자의 불편만 커지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규제는 대부분 기득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만 공정위에 새 수장이 들어서며 앞으로 규제 개혁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엄정한 법 집행과 경쟁 주창으로 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경쟁제한적 시장구조를 고착화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규제는 심도 있는 분석과 이해관계자 설득을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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