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무상증자를 요구하며 신진에스엠(138070) 지분을 사들인 뒤 거액의 차익을 남긴 후 매도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왕개미가 이번에는 양지사(030960)에서 30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주식이 적은 품절주의 특성을 이용한 ‘품절주 폭탄 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지사는 전일 대비 29.93% 급등한 4만 7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양지사는 13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54.59% 뛰어올랐다. 올 들어 무려 406.45% 폭등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 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양지사는 ‘신진에스엠 왕개미’로 알려진 김대용(40) 씨의 매집 이후 ‘품절주’가 되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김 씨는 7월 18~21일 4거래일에 걸쳐 양지사 주식 83만 9188주(5.25%)를 사들였다. 김 씨와 친인척 관계인 나현석(30) 씨도 7월 21일 2만 5783주(0.16%)를 매수했다. 김 씨 측은 양지사 주식을 총 86만 4971주(전체 중 5.41%) 보유한 셈이다.
김 씨의 매집으로 양지사의 유통 가능 주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양지사는 이배구 명예회장과 두 아들인 이진·이현 씨가 최대주주로 전체 주식 중 75.53%를 보유하고 있다. 양지사 또한 14.04%의 자사주를 보유했는데 이들 물량을 제외하면 유통 가능 주식 수는 10.43%에 불과하다. 이때 김 씨 측이 5.41%를 가져가며 전체 중 5.02%만 남았고 소량의 매수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품절주가 된 것이다.
양지사 주가가 나날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김 씨의 수익률도 급등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씨는 총 104억 89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날 종가를 고려했을 때 그의 시세 차익은 303억 31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난달 25일 양지사가 주당 50원의 현금 배당을 시행하겠다고 공시한 것을 감안하면 4325만 원의 배당수익도 추가적으로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씨는 코스닥 상장사 신진에스엠을 매수해 3주 만에 11억 원의 차익을 보고 팔아 치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진에스엠 매도 이후 ‘먹튀’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인식한 탓인지 김 씨는 이번 양지사의 경우 소액주주 및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12월 31일까지 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보유 목적으로 “무상증자 및 주식 거래 활성화, 기타 주주가치 제고와 자진 상장폐지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무상증자가 결정될 경우 권리락 이후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한 호재 없이 김 씨의 매집 이후 테마성으로 오른 주식인 만큼 김 씨의 매도로 언제든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 양지사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지사 관계자는 “앞서 공시를 통해 (김 씨 측이 요구한) 무상증자나 자진 상장폐지 등에 대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며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주주 보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양지사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분 대량 매집 후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내는 행위가 ‘주가 조작’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호재성 공시를 일부러 퍼뜨린 것인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정확한 것은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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