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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각장애인과 29년 '동행'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가보니

넓은 강아지 놀이터·훈련장 갖춰

올해까지 267마리 무상으로 분양

故이건희 회장 ‘나눔 철학’ 따라

시각장애인에 새로운 일상 선사

사회인식 개선 등 다양한 노력도

홍원학(뒷줄 왼쪽 다섯 번째) 삼성화재 사장과 자원봉사자·시각장애인 등이 20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열린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000810) 안내견학교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퍼피워커’들의 감동과 사랑이 녹아든 눈물이었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자신의 집에서 보살피며 사회화 훈련을 시키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날 8명의 퍼피워커들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주최한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에서 지난날 돌봤던 ‘후보’ 안내견들을 다시 만났다. 이들은 어느덧 장애인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한 안내견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퍼피워커 임난주 씨는 시각장애인 파트너 곁에 다소곳이 앉은 안내견 ‘탱고’를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안내견 ‘그루’를 보살폈던 장혜림 씨는 “위탁식에서 데려온 천사 같은 그루가 첫날 ‘대변 테러’로 온 집안을 어질러 놓은 기억이 난다”고 회상하며 “의젓하게 자란 그루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파트너 옆에서 활동을 잘 마칠 때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퍼피워커 외에도 안내견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시각장애인, 은퇴견 입양 가족, 훈련사 등 안내견 생애와 함께한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안내견을 중심으로 끈끈한 우정을 다질 수 있게 된 장소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세웠다.

1994년 안내견 ‘바다’ 분양을 시작으로 지난 29년간 매년 12~15마리를 시각장애인에게 무상 분양하고 있다. 2022년 현재까지 총 267마리를 분양했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한 훈련사가 후보 안내견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안내견학교는 상당히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놀이 공간부터 50여 마리의 후보 안내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과 훈련 장소가 갖춰져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견사도 인상적이다. 후보 안내견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바닥은 100% 온돌로 돼 있어 날씨 걱정 없이 안전하게 클 수 있다. TV에서 나오는 드라마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의 소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생을 마감한 안내견을 위해 학교 한편에 갖춰진 추모 공원에는 이들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꽃과 편지로 영혼을 위로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안내견 생태계 확립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은퇴한 안내견이 새로운 주인의 품에서 남은 생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도 성과를 거뒀다. 삼성화재는 퍼피워킹 자원봉사자나 훈련사가 안내견 훈련을 위해 편의 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각장애인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 개정도 이끌어냈다.

삼성은 앞으로도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은 “여기 계신 자원봉사자와 파트너의 도움 때문에 안내견 학교가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며 “앞으로도 주어진 일을 진정성 있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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