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전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원·달러 환율도 최대 1423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지난 6~15일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가 281억 7000만 달러로 전망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 달러 적자)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133억 달러 적자)보다도 부진한 수치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한 응답률도 40.0%에 달했다. 응답자의 53.3%는 무역수지 적자폭 정점을 지난달로 봤다. 리서치센터장의 86.7%는 늦어도 11월 내에는 무역적자가 최대치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적자 기조가 끝나는 시점은 응답자 대부분이 내년 2월 초반으로 예상했다.
연간 수출액은 하반기 부진에도 상반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인 69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존 최대치는 2021년 6444억 달러였다. 국내 수출산업의 최대 위협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60.0%가 ‘글로벌 경기 부진’을 꼽았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애로(26.7%)’ ‘원자재가격 상승(1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반기 수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한 제품은 기업 투자 위축, 글로벌 소비 둔화, 재고 과잉 등의 영향이 큰 컴퓨터,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이었다. 이에 반해 자동차, 2차전지, 석유제품은 원화 약세, 정부 지원 효과로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폭이 클 것으로 응답자들은 점쳤다.
원·달러 환율 최고가는 1422.7원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66.7%는 ‘원자재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을 고환율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으로 꼽았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 대책에 관해서는 ‘환율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28.9%)’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 기업환경 개선(17.8%)’ ‘원자재 수급 및 물류애로 해소(17.8%)’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큰 위협이므로 규제개혁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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