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2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3.0~3.25%로 0.7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잠시 동률이 됐으나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역전된 것이다. 문제는 연준이 올해 남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연준은 정책금리를 3.0~3.25%로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말 예상 정책금리를 3.4%에서 4.4%로 1%포인트나 올렸다. 내년은 3.8%에서 4.6%다. 점도표상 올해 11월과 12월 FOMC에서 1.25%포인트 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본다는 의미다. 시장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네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이상 한은도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라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방향 제시)를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25bp(1bp=0.01%포인트)씩 움직인다면 남은 10월, 11월 모두 금리를 올리더라도 최대 3.0%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말 한미 금리는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역대 한미 금리 최대 역전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너무 격차가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독립하지 못했다”하는 발언을 남긴 만큼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갈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
한미 금리가 큰 폭으로 역전된 만큼 환율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111선을 돌파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과 대규모 달러 매도, 은행·수출기업에 대한 압박 등을 통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지 않도록 총력을 다했지만 강달러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과거 세 번의 금리 역전 시기 모두 자금이 유입됐던 만큼 이번에도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강달러가 촉발한 신흥국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5차례 모두 금융 불안이 반복됐던 만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날 미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 예상됐던 만큼 정부는 오전 7시 30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달 빅스텝 필요성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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