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인 다중채무자가 올해 6개월 사이 45%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평균 대출액은 거의 5억 원에 달했다.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이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약 688조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637조 원보다 8.0% 많다. 지난해 6월 596조 원 대비 15.6% 증가했다.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도 작년 말 이후 6개월 사이 279만10명에서 325만327명으로 16.5% 뛰었다. 6월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평균 2억1175만 원이었다.
문제는 전체 자영업자 수나 대출액 증가 속도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8만6839명)에서 44.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 원에서 195조 원으로 20.3% 증가했다. 인원수와 대출액을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 가운데 각 12.8%, 28.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자영업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올해 6월 현재 4억6992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40대(40∼49세)가 13만5874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13만3357명)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었다. 작년 말 대비 증가율은 30세 미만이 59.2%로 가장 높았다.
금융권의 가계 대출 잔액은 6월 말 약 1875조 원으로 6개월 전(1869조 원)보다 0.3% 많았다. 대출자 수는 1996만9824명에서 1998만6763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1만3298명, 이들의 대출액은 598조 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 1명은 평균 1억3248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대출자 수와 대출액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각 22.6%, 31.9%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가능성이 다중채무자 부문에서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은은 금리가 0.50%포인트 오르고 금융지원까지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2.0%포인트 높아진다. 특히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DSR은 평균 3.5%포인트나 뛸 것으로 내다봤다.
윤창현 의원도 “다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청년,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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