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 회복세가 점차 둔화되면서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성장 둔화 흐름 속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높은 원·달러 환율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2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3년 한국 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2.0%, 하반기 2.4%로 연간 2.2%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놓은 2.3%보다 0.1%포인트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2%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8월 발표한 2.1%보다는 0.1%포인트 높다.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2.6%에서 2.5%로 소폭 낮췄다.
연구원은 내년 성장세가 약화되겠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말부터 점차 완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원자재 수급 불안도 내년부터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전제했다. 국내는 정부가 긴축재정을 하고 코로나19 안정으로 방역 조치도 점차 완화된다고 가정했다.
먼저 연구원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2.7%로 올해 예상치(3.7%)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점차 커지는 데다 고물가로 가계 소비 여력이 축소될 것으로 본 것이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내년 수출 증가율은 4.0%에 그쳐 올해 예상치(11.3%)보다 크게 둔화될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수출은 기저효과, 미국과 유로 지역 등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르는 글로벌 수요 위축 등 영향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내놓았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되면서 7월에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만큼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점차 약해지면서 물가 상승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3.5%, 하반기 2.6% 등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3.0%를 제시했다.
국제 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내년에도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 두바이유 가격은 연간 평균 배럴당 91.9달러를 예상했다. 환율은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유로화·엔화·위안화 등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경우 강달러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여행수지 악화에도 상품수지가 개선되면서 510억 달러로 올해(413억 달러)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변수가 여전히 남은 상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을 강화하는 한편 민생경제 안정성 확보를 통해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침체되는 복합불황이나 이로 인한 장기 침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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