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과 고금리, 원자재 값 급등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6대 핵심 산업마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의 신보호주의, 중국 등 글로벌 성장률 둔화, 통화 긴축 등의 여파로 반도체·전기차·배터리·디스플레이·철강·해운 등 이른바 6대 핵심 분야 기업들이 역성장하거나 적자의 늪에 허덕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하반기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12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5%, 직전 분기 대비 8.7%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 쪼그라드는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2조 5951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무려 37.8%나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 역성장’은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연결된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281억 달러에 달해 13년 연속 무역흑자 행진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281억 달러 무역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133억 달러 적자)와 1996년 IMF 외환위기(206억 달러 적자)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각국의 보조금 파고를 넘어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이 지연되면 경쟁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8월까지 34만 대(테슬라 포함)의 친환경차를 수출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친환경차 수출량과 맞먹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의 유럽 점유율은 2017년 19%에서 올해 25%까지 치솟았는데 그만큼 한국 자동차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배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중국 CATL의 매출은 17조 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삼성SDI(006400) 등 K배터리 3사의 매출 합계보다 2조 원 이상 많은 것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몰아내며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중국은 차세대 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6대 핵심 산업에 역량을 모으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도태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릴 수 있다”며 “여야가 규제 혁신과 세제 지원, 인재 확충 등에 올인해야지만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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