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운영한 지 10년인데, 올해 처음으로 야간 영업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55)씨는 최근 몇 달을 고민한 끝에 심야 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로나 19로 각종 제약이 있을 때에도 밤 장사를 계속 했던 A씨가 ‘야간 영업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인건비 상승’이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데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진 탓이다. 한때 가족까지 동원하며 격일로라도 야간에 편의점 문을 열었지만, ‘이 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에 결심을 굳혔다.
2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인건비 부담에 심야 영업 중단을 고민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 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올해 대비 5%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같아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점주 가족이 대신 근무하며 인건비 부담과 인력 공백을 줄여보려는 사례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큰 개선 효과를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심야 시간에 물건값을 3~5%가량 올려 받는 ‘편의점 심야 할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선뜻 동참하려는 점주들은 많지 않다. 자칫 소비자의 반발을 사 매출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차라리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점포가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 점포가 밤에 계속 문을 여는 경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특정 요일만 골라 ‘선택적 심야 영업’을 하기도 한다.
복수의 점주들에 따르면 야간 영업을 포기할 경우 이익 배분율이 낮아질 뿐 아니라 24시간 영업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점포에 따라서는 인건비, 전기세 등 고정비 대비 매출을 고려할 때 오히려 밤 영업을 안 하는 게 나은 곳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전국편의점가맹점 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편의점 월평균 매출 총이익은 915만 원이지만,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가 944만 원을 기록해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내년 최저 임금이 9620원으로 오르면 적자 점포가 전체 점포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브리드 점포’로의 전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점포는 주간에는 점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139480)24)의 하이브리드 점포는 2020년 487개에서 2021년 2080개, 올해 2892개로 급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