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회계부정 포상 한도를 10억 원으로 늘렸지만 최대 포상액이 1억 원에 그쳐 제도 개선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고발 유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포상금 산정 방식을 변화해 지급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회계부정 적발 및 신고 포상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혐의 경로로 회계부정 과징금을 부과한 총 61개 사건 가운데 15건이 ‘민원 제보’를 통해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혐의 감리에 착수한 경위는 ‘중요한 전기오류 수정’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심리·감리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견 7건 △특별조사국 등 타 부서의 혐의 사항 통보 6건 △한국공인회계사회 통보 3건 △언론 등의 의혹 제기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 당국이 회계감사가 회계처리 준칙에 맞게 실시됐는지 확인하는 회계감리는 방식에 따라 ‘표본’과 ‘혐의’로 구분된다. ‘표본’은 위반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대상을 선정해 점검하는 반면 ‘혐의’는 민원제보 등을 받고 위반 혐의를 특정해 실시된다.
정부는 회계부정 혐의 신고한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회사 사정에 밝지 않은 내부자가 아니라면 혐의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내부 고발 유인책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2017년 11월 포상금 한도를 기존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파격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포상제도 확대가 회계 투명성 제고의 선순환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92건) 회계부정 신고 건수가 27.8% 급증했지만, 같은 해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회계부정이 확정된 사건은 2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 공시 분석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숫자는 눈에 띄게 늘었지만 질적인 수준은 미흡했던 셈이다. 아울러 올해(1월~8월) 회계 부정으로 기업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총 172억 원에 달해 2017년(190억 원) 이후 최대치를 넘보는 등 크고 작은 회계 부정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내실 있는 신고를 위해 포상금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고 계산식에 변화를 줘 금액 또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당국이 포상금 한도를 10배 높였지만 2017년 이후 지급된 최대 포상금은 1억 760만 원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 당 평균 포상액은 3400만 원 수준으로 내부자 시각에서 ‘배신자’ 낙인 위험을 감당하고 선뜻 나설 유인책이 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포상금 예산으로 5억 4000만 원을 편성했지만, 집행 규모는 이의 42%(2억 2860억 원)에 그쳤다.
선진국에 견줘 포상 규모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회계 부정에 대한 내부 고발시 과징금의 10~30%를 포상금으로 주는 미국에서는 2020년 1억 1400만 달러(163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받는 사례도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위원은 “(국내 포상금) 최고 한도가 10억 원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고액의 부정 사태에 대한 내부 고발 유인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징금의 10~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 뒤 미국의 회계부정 가능성이 12~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기업의 회계부정 행위는 투자자 피해 뿐만 아니라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유의미한 제보에 대해서는 합당한 포상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등 회계부정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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