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지난달 초 이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여건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정기국회 현안보고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주요국 중앙은행 긴축 강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여건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성장, 금융, 부동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가 대외여건이 바뀌었다고 인정한 만큼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 총재는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그동안 달러화 강세로 상승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8월 들어 위안화·엔화 약세 영향이 가세한 데다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충격이 더해지면서 최근 1400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상당기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대외요인 영향으로 우리 경제 대외 건전성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나 교역 비중 등을 고려하면 실효환율의 절하 폭은 크지 않았고, 긴 시계에서 봐도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대외 신인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화자금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라며 “아울러 대외채권 규모가 대외채무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순채권국인 데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규모를 고려할 때 유사시 대응 능력도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환시장 쏠림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 펀더멘탈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엔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이 총재는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계약과 같이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미시적 대응방안도 정부와 함께 적극 강구하겠다”라며 “정부·감독 당국과 함께 상당 기간 지속될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다 넓고 보다 긴 시계’를 견지하며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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