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이 9개월 만에 30%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차익 등을 노린 수요에다 다음 달부터 무비자로 일본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엔화를 미리 사두려는 여행 수요까지 몰린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엔화 예금은 달러 예금 등과 달리 0% 금리이다 보니 이자 수익을 내기 어렵고 환차익 기대감도 다른 통화보다 낮은 만큼 환테크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21일 엔화 예금 잔액은 6465억 8953만 엔으로 집계됐다. 올 1월 말 잔액(5064억 6788만 엔)과 비교해 보면 9개월 새 약 30%(1401억 2165만엔) 증가했다. 지난달 말 잔액(6325억 6202만 엔)보다 한 달 만에 약 140만 엔 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유지 방침을 고수하며 엔화 가치는 약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달러당 145.89엔까지 떨어졌다가 일본은행의 뒤늦은 개입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대까지 가까스로 반등했다.
일본은행의 개입에도 엔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지만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노린 공격적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엔화 예금 금리는 0%로 달러 예금 등 다른 외화 예금과 달리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4대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달러 예금의 금리(1년 기준)가 연 4%대인 점과 대조된다. 오경석 신한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일본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다른 외화 예금과 달리 엔화 예금도 0% 금리”라면서 “이자 수익이 없다 보니 달러 예금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차익을 염두에 두거나 당장 일본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분산 투자나 분산 매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FA팀장은 “9월 초와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소폭 상승한 데다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높지 않아 당장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큰 환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한 번에 환전하기보다는 엔화 추이를 보면서 최소 세 번에 나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