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년 만에 2.50%로 2%포인트 올리면서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자체 추정 결과가 나왔다. 금리 인상에 가계부채 증가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소득이 높을수록 또는 나이가 어릴수록 대출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 정천수 과장과 전은총 조사역이 발표한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대출이 증가 폭은 26조 8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리가 1%포인트 하락했을 땐 13조 8000억 원 확대되는 것에 그쳐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하락기보다 상승기 때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개별 차주별로 살펴보면 소득 수준과 부채비율이 높은 차주일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고소득·고부채비율·비취약차주는 부동산 구입, 사업자금 등을 위한 대출 비중은 높은 반면 생계유지 목적의 대출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층은 생계를 위한 대출이 많아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을 쉽게 줄일 수 없다.
또 금융불균형이 심화될수록 가계대출의 금리 민감도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불균형이 높은 수준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수익추구 성향이 급변하거나 이에 따라 자산가격 조정 압력도 커지기 때문에 금리 민감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변동금리형 가계대출 비중 확대 역시 금리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리 상승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보다 뚜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다는 추정이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취약계층은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 누증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되 취약 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가능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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