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이 투입된 STX다롄 조선소에 국내 채권단이 10여 년 만에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STX다롄의 설비 매각 입찰이 중국 현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STX다롄까지 정리되면 옛 STX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에서 STX다롄의 일부 설비에 대한 경매 절차가 종료됐다. 낙찰가는 2억 2000만 달러(약 3300억 원)로 알려졌다. STX다롄에 지급보증을 서고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국내 금융사는 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이다. 이들은 2007년 STX해양을 통해 STX다롄 조선소에 약 3000억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내줬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낙찰만 이뤄졌지 언제, 얼마나 국내 채권단에 돈이 돌아갈지 아직 미정”이라며 “채권단에 외국계 금융사도 있어 국내에 돌아가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금이 회수된다고 해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중국 내 법인의 영업외수익으로 반영된다.
STX다롄 조선소는 엔진 생산, 소재와 부품 가공 등 조선 관련 모든 공정이 한 번에 가능한 조선소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내 조선 업체가 중국에서 직접 선박 건조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STX그룹은 STX다롄에서 고부가가치 대형 선박, 해양 플랜트, 크루즈선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톱 조선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10년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당시 부총리)가 직접 STX다롄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조선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STX는 2015년 끝내 파산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STX다롄에 대규모 공동 대출을 내줬던 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은 STX다롄의 파산 후 청산으로 빌려준 자금 전부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 신한·우리은행 등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다롄 대출 과정에서 담보권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며 산업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낙찰에서 국내 채권단이 담보한 설비는 두어 개에 그친다”며 “낙찰 이후 절차가 남아 있어 돈이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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