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긴축 강도를 높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 당국이 200억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여전히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만 급격한 감소는 대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9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167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196억 6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5일 밝혔다. 2008년 9월 2396억 7000만 달러에서 10월 2122억 5000만 달러로 274억 2000만 달러 줄어든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0월(4692억 1000만 달러)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524억 4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 1400원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만 볼 수 있던 수준이다.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당국이 대규모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3.2% 절상되면서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보유 중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었고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줄어든 영향도 나타났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국내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이 있으면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로 수입업체는 외환을 미리 당겨서 매입하고 수출업체는 달러를 늦게 매도하는 경향이 나타나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경제 규모 대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제시하는 권고치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4년 이후 순대외채권국으로 전환한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달 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대해 “월 경상지급액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6개월로 AA등급 국가의 중간값인 2.2개월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점도 언급했다.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은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 작용을 하기 위해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민간이 보유한 외화자산도 많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규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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