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야 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해 타다·우버 등 ‘플랫폼 운송 사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심야 시간대 탄력 호출료도 최대 5000원까지 올립니다. 내년 인상을 앞둔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과 더하면 심야 택시에 최소 1만 1720원이 부과돼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 확실시됐지만 ‘심야 귀가 대란’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심야 택시 부르면 최소 ‘1만 1720원’
국토교통부는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에서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3시) 호출료는 현재 최대 3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오릅니다. ‘카카오T’처럼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송 서비스를 중개하는 ‘타입3’은 최대 4000원, ‘카카오T 블루’ ‘마카롱택시’ 등 가맹 택시로 운영되는 ‘타입2’는 최대 5000원의 호출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택시 기사의 수입을 늘려 야간 운행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과의 협의 결과 호출료 4000~5000원 중 80~90%는 택시 기사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심야 운행을 한 달에 13일 정도 한다고 가정할 경우 택시 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30만~40만 원 늘어나게 된다”고 추산했습니다. 승객이 호출료를 지불하면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도록 해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도 방지하도록 했습니다.
소비자의 부담은 커졌지만 그만큼 택시 공급이 늘어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울시가 내년 2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인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야에는 할증 40%에 호출료 5000원을 더해 최소 1만 1720원의 요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택배·배달 기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기존 택시 기사를 다시 불러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심야 택시 운행으로 택시 기사 소득이 약 230만~270만 원으로 올라도 배달 기사 월 소득 280만~290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타다·우버’ 모델 허용?
타다·우버와 같은 플랫폼 운송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택시와 차별화된 심야 특화 서비스, 기업 맞춤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경우 국토부가 적극 허가를 내주고 플랫폼 운송 사업의 수입 일부를 납부하는 기여금도 완화해주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타다·우버 모델로 불리는 ‘타입1’은 사회적 기여금(매출 5%)을 내고 총량 규제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습니다. 국토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을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규제 완화와 관련한 기존 택시 업계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실제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타다 금지법’이 나오기 전인 2019년 택시 업계는 분신(焚身)까지 하며 신규 사업 도입에 반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매출의 5% 수준인 기여금을 얼마나 낮춰주느냐도 플랫폼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하 폭이 작으면 신규 모빌리티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오기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총량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지도 관심사입니다.
어쨌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력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타다 사례처럼 앞으로 모빌리티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전면적으로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를 묻는다면 단적으로 ‘그렇다’고 말씀드리겠다”며 “자가용이 없던 시절에 마련된 택시 제도가 미래 모빌리티 변화와는 너무나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는 문을 열어주되 기존 업계인 택시 기사의 처우도 함께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신이 제대로 이뤄질지,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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