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부도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 원 어치를 신속하게 변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관계자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여의도 BNK투자증권 사옥에서 열린 채권단 회의에 참석해 "강원도는 법령과 약정에 따라 의무를 회피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부도처리된 레고랜드 ABCP를 자진해서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 결과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BNK증권을 비롯한 채권단의 강력한 변제 요구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채권 변제 기한을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강원도가 "즉시 변제에 준하는 신속한 변제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내 채권이 상환될 것으로 채권단은 예상하고 있다. 이날 채권단 회의에는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등 레고랜드 ABCP를 인수한 대형 증권사들이 참석했다.
앞서 강원도는 지난 2020년 레고랜드 코리아 개발 사업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하고 기한이익 상실 등이 발생할 경우 강원도가 자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달 말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29일 만기가 돌아온 2050억 원 규모 ABCP가 부도 처리됐다. 보증을 약속한 강원도가 자금 지급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지금까지 불투명하게 경영해온 만큼 도가 안고 있는 2050억 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 회생을 신청하려는 것"이라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중도개발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자진 변제 의사를 밝혔지만 방법은 미지수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은 최문순 전 지사가 추진한 사업인데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김 지사도 강원도지사로 취임하기 전부터 레고랜드와 관련된 논란을 청산하겠다고 강조해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 당시 땅 값을 싸게 넘겨서 아직도 소유권 이전이 정리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며 "강원도의 재원으로 지불하기보다는 다시 도가 보증을 서고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통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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