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다른 사람들을 더 심오하고 깊숙하게 아는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갈등 해결에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제11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아민 말루프(사진)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학은 단순히 오락이나 인생의 가장자리에서 하는 활동이 아니며 소설은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인 말루프는 “오늘날 우리는 기술 발전 등으로 지구가 한마을처럼 되면서 물리적으로 가까워졌지만 정서적·심리적으로는 서로가 잘 모르고 편견을 갖고 떨어져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다른 국가나 국민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역사와 문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마음과 열정을 갖고 있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다른 민족과 국민들이 서로를 피상적으로 알면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문학은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리문학상은 한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고(故) 박경리 선생의 업적을 기려 토지문화재단과 원주시가 주최하는 상이다. 상금은 1억 원이다. 말루프는 레바논의 수난과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성을 성찰하는 작품을 써왔다. 소설은 물론 역사와 문명비평 에세이, 오페라 대본까지 폭넓은 저술 활동을 해온 업적을 인정받아 2011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선출됐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말루프는 서구 중심주의 배척과 같은 이분법에 종속되지 않고 타자성의 포용을 통해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허물고자 평생 노력해 왔다”며 “대립되는 여러 가치의 충돌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이 시대에 상호이해와 화합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세계문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성향에 대해 “혼란의 지역이었던 레바논 출신 때문인지 인간의 여정·모험·역사성 등을 다룬 작가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은 항상 역사가 존재성을 드러내던 지역으로 역사에 관심에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문학은 이런 시대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혼란스러운 정세에 대해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갈등 해결 방안만 찾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루프 작가는 “지난 세기를 돌아봤을 때도 인간의 큰 갈등은 항상 미해결의 문제를 남겼다”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도 미해결된 문제가 제2차대전, 냉전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슬프고 걱정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놀랍고 신비로운 점은 인간의 모험은 비극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첫 방문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룬 ‘기적의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은 민주화, 현대화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이 있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특히 1960년대만 하더라도 빈곤 국가였던 한국이 어떻게 세계적인 위상을 갖는 국가로 발전했는지 답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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