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이자 사상 최초의 5회 연속 금리 인상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좀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자 석 달 만에 또다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서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가계와 기업의 공포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3.00%로 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2.1%)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환율 상승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자본 유출과 외환시장 쏠림 현상 등이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원 30전 내린 1424원 90전에 마감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초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진다. 이 총재는 최종 기준금리가 3.50%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금통위원 다수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1월 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가계와 기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빅스텝으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12조 2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50%포인트 오르면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총 33조 원(1인당 164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알지만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으려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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