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석 달만의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빚을 내 집을 구매한 사람들의 고통이 커지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이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 불안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 증가율이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어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는 빅스텝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에 버금가는 파급 효과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부채가 고정금리인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빅스텝으로도 (부동산·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해외투자에 무리하게 나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이른바 서학개미를 향한 경고 메시지도 냈다. 그는 “내국인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물량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1.5배가량 많다”면서 “환율이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은 해외투자는 ‘상투(고점에 매수)’를 잡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험이 거의 없는 정부 채권으로 국내에서도 5∼6%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과거처럼 국내 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1∼2% 수익을 올리는 때와 다른 만큼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을 해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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