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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수입물가, 석달만에 다시 올랐다

9월 수입물가지수 154.38

전월比 3.3% 올라 상승 전환

환율 효과 빼면 1.4% 하락

원유 감산 등 추가상승 요인도

14일 서울 시내 백화점에 마련된 수입 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천장 뚫린 환율이 유가 하락으로 진정되고 있던 수입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다시 환율이 올라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5%가 넘는 물가 고공 행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당초 전망치인 3.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한은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4.38로 전월 대비 3.3% 상승했다. 7월(-2.6%)과 8월(-0.9%) 두 달 연속 하락한 후 3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1% 상승했다. 수출물가지수도 131.74로 전월 대비 3.2%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유가 하락에도 수입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환율의 영향이 컸다. 환율을 적용하지 않은 달러 등 계약 통화 기준으로 수입물가는 1.4% 하락했다.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원·달러 환율이 8월 평균 1318원 44전에서 9월 1391원 59전으로 5.5% 오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원재료(3.4%), 중간재(3.1%), 자본재(3.8%), 소비재(3.5%)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역시 환율 영향을 제거하면 원재료와 중간재는 각각 2.0%, 1.7% 하락했고 소비재도 0.1%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부 품목별로는 밀(7.2%), 옥수수(4.9%) 등 농림수산품이 4.0%, 천연가스(13.7%) 등 광산품이 3.3%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9월 22일을 기점으로 1400원을 넘은 만큼 환율은 당분간 수입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도 두바이유 기준 8월 평균 배럴당 96.63달러에서 9월 90.95달러로 5.9% 떨어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고환율과 맞물리면 수입물가가 급등해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3.0%로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면서 환율 안정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시장 전망(8.1%)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근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한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인한 시장의 영향을 점검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연준이 통화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CPI 발표 이후) 지난밤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지표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외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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