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재임 당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이날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굴벤키안 인권상 시상식에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메르켈 전 총리는 "사람은 자신이 사는 시대에 맞춰 행동한다"며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은 당시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메르켈이 총리로 있던 시기에 독일은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고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었다.
그는 "당시 관점에서는 매우 합리적이고 당연했다"며 "러시아에서 오는 것을 포함해 (유럽에서) 천연가스관을 까는 것이 다른 대륙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오는 것보다 저렴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심지어 냉전 시기에도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자였다"고 강조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에서 발트해 해저를 관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 수송관으로 유럽행 가스 물량의 40%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가스관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5∼2021년까지 독일을 이끌었는데, 2011년에 노르트스트림-1을 개통해 러시아에서 가스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또 메르켈 내각은 미국과 중·동부 유럽 국가의 강력한 반대에도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추진해 작년 9월에 가스관을 완공했고, 12월에는 러시아가 가스관에 가스 주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노르트스트림-2를 승인하지 않았고, 올라프 숄츠 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올해 2월에 러시아의 행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노르트스트림-2 인증 절차를 아예 중단했다.
러시아는 전쟁 후 단행된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6월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했고, 8월 말에는 공급을 완전히 중단해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의 이 잔인한 공격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이는 전환점이다. 새 정부는 당연히 이 문제를 다뤄야 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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