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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이 주가 바닥 시그널"…반도체 꽂힌 外人

■11거래일간 1.7조 순매수

삼성·SK하이닉스 집중 사들여

코스피 0.3% 상승 반전 한몫

마이크론 등 투자축소 줄잇고

"美규제 영향 미미" 안도감 커

증권가 "비중 확대 고려할만"





예상치보다 높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급락한 데다 카카오 먹통 사태까지 겹치며 ‘검은 월요일’에 대한 공포가 커졌으나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 행진에 힘입어 증시가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급등락장에서 외국인은 반도체 주식을 꾸준히 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 감산 바람이 불면서 업황 바닥 기대감이 커진 데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는 낙폭이 과대한 반도체주의 저가 매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2% 오른 2219.71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667억 원을 사들이며 지난달 29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총 2조 2349억 원 규모에 달한다.

반도체와 2차전지 대형주들이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005930)(9678억 원), SK하이닉스(000660)(7523억 원), 삼성SDI(1935억 원), LG에너지솔루션(1570억 원) 등 반도체·2차전지 종목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HPSP(403870)(136억 원), 리노공업(058470)(41억 원) 등 코스닥 반도체 업체들도 순매수했다. 앞서 9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 8575억 원, 2268억 원 씩 팔아 치운 것과 대조된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이 투자 축소와 감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감산은 최악의 수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공급 조절에 대한 절실함을 보여준다”며 “최근 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LCD) 업체들의 잇따른 감산 소식은 (반도체 시장) 공급 측면에서 업황 바닥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가 국내 업체들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도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자국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지만 중국 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수출 규제 대상인 고성능 컴퓨팅 칩을 공급하고 있지 않고 메모리 장비의 경우 1년간 규제 유예를 통해 한숨 돌렸다”고 설명했다.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 악화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가 한국보다 대만 정보기술(IT) 반도체 업황에 더욱 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심리가 (최근 외국인 순매수세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 역시 “대만과 중국 관계 악화로 대만 IT 업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이 맞물려 코스피의 가격 매력이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비중 확대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노 연구원은 “이익이 급감하는 구간에서 주가수익비율(PER) 9배 이하는 과매도됐다고 본다”며 “해당 구간 아래에서는 반도체 비중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소재·부품·장비 종목들도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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