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복권 이후 연일 기술 경영을 강조하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이번엔 13년 만에 ‘국제기능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회장 자리 취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초격차 기술 중심의 ‘뉴삼성’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17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강현철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와 35개국에서 온 선수단 133명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국제기능올림픽의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대표해 수상자들에게 메달도 직접 수여했다. 이 부회장이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현장을 방문한 것은 2009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이후 13년 만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회장 공식 취임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뉴삼성’ 전략의 핵심이 기술 혁신임을 암시하면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버금가는 대변혁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바 있다. 8월 복권 후 첫 공식 행보였던 경기 기흥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도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거듭 당부했다. 이후에도 국내외 사업 현장을 쉬지 않고 둘러보면서 각 계열사의 기술 개발 수준을 세세하게 파악했다. 이 부회장은 13년 전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당시에도 “마케팅과 경영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이라며 “현장의 경쟁력은 기술 인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 세계 청년기술인재 양성과 숙련기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국내외 기능경기대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활동(CSR)의 일환이기도 하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의 경우 2007년 제39회 일본 시즈오카 대회부터 16년간 8회 연속으로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부터는 단독으로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12월 고용노동부와 ‘기능장려협약’을 체결하고 2007년부터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훈련도 해외 전지훈련비, 훈련 재료비도 제공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삼성물산(02826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중공업(010140), 에스원(012750) 등 계열사들은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숙련기술 인재를 매년 특별채용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4개 관계사가 채용한 규모만 1424명, 연평균 약 100명에 달한다.
올해 국제기능올림픽은 당초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한 뒤 취소됐다. 이에 따라 9월 3일부터 11월 28일까지 15개국 26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한다. 대회에는 약 60개국에서 선수 1000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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