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24년간 현업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며 직접 경험한 한 가지는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 최고점에 투자를 시작했던 펀드조차 결국 수년 뒤에는 원금을 회복하고 이익까지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김태우 다올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고통받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희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펀드마다 운용 성과에 차이가 있고 원금 회복 이상으로 이익을 얻는 시점도 1~3년 이상으로 천차만별이다. 또 미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와 ‘끓는 냄비같이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도 성과의 차이는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면 결국 손실은 회복되고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확신이다.
문제는 개인들이 장기 투자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 대표는 장기 펀드에 대해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 펀드 소득공제’ 등의 제도가 최근 글로벌 변동성으로 춤추는 국내 증시를 안정시킬 수단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증시가 안정되려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겠지만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건전한 자금 유입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한시적으로 ‘공모 국내 주식형펀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증시 수급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년 혹은 5년 가입액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해주는 과감한 공모펀드 활성화 제도가 도입된다면 개인들의 잦은 펀드 환매를 막아 국민의 안정적인 재산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코스피가 2200선마저 밑돌며 바닥 논쟁에 불이 붙은 요즘이지만 주식 투자에는 당분간 신중하라는 조언이다. 김 대표는 “고물가·고성장 국면으로 예상했던 글로벌 경제 상황은 금리 급등 등 여러 변수로 고물가·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며 “앞으로 저물가·저성장 구간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갈 가능성도 관측되는 상황인 만큼 신규 투자자라면 주식보다 채권에 좀 더 투자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라도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금융 환경이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과거 지표만을 보고 싸다 혹은 비싸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현재 코스피 레벨이 평균치를 밑도는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향후 변동성에 대해서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주변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의논하기를 권한다”며 “변동성이 예상보다 더 큰 만큼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줄이는 펀드 등 투자 대안도 고려해보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우 다올자산운용 대표는
△1967년 부산 △1993년 연세대 경영학 학사 △1993년 하나은행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2004년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2006년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주식투자부문 대표 △2015년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국제금융학 석사 △2016년 1월 다올(구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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