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035720) 먹통’ 사건을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정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기업결합 심사의 주된 기준이었던 자산 또는 매출만으로는 플랫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카카오 등의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이 방치됐다는 판단에서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서비스 가입자 수나 트래픽(데이터양) 등 플랫폼의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독과점 가능성을 판단해 무분별한 플랫폼 M&A가 이뤄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기업의 M&A는 대부분 기업결합 안전지대 또는 간이 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와 결합할 때는 공정위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가 M&A를 통해 여러 시장에서 복합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카카오T가 승객과 택시기사를 연결하듯 둘 이상의 이용자 집단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다면성’이라는 특성상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누리는 혜택도 커진다. 그렇게 거대 플랫폼이 형성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탈하기도 어려워진다.
공정위는 관련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연구 과업 지시서에서 “복합 지배력이 강화되면 여러 시장이 동반적으로 독점화될 우려가 있고 거대 플랫폼 자체가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M&A 단계에서 충분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주요 플랫폼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M&A 심사 건수는 78건에 달했다. 공격적인 M&A를 벌인 카카오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136개(5월 1일 기준)로 전년 대비 18개 늘었다. 4년 전인 2018년(72개)과 비교하면 1.9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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