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최장 순매수 행진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원화 약세로 코스피의 가격 매력이 돋보여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51포인트(0.56%) 내린 2237.44로 장을 마쳤다. 이날 개인들과 기관들은 각각 905억 원, 833억 원 순매도했으나 외국인투자가들은 15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11월(14거래일 연속 순매수) 이후 최장 기록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SK하이닉스(000660)(8534억 원)와 삼성전자(005930)(8434억 원) 등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외인들은 SK하이닉스를 1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으로 코스피의 가격 매력이 돋보인다는 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237원 40전 올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기준 코스피지수는 1902에 불과할 정도”라며 “외국인이 여기서 더 판다는 것은 코로나 때보다 안 좋은 상황을 가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2020년보다 이익이 개선됐고 구성도 미국과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반사 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측면에서도 대중 수출 제재 유예 조치나 애플의 중국 낸드 탑재 보류와 같은 수혜가 기대된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만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한국이 반사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실제 외국인투자가들은 대만 증시에서 이달 들어 11거래일 중 7거래일을 순매도했다”고 말했다.
온기가 반도체 장비주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연구원은 “국내 외국인 수급도 반도체와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며 “아직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에 머물러 있지만 반도체 장비 등 중소형으로도 퍼져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