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인 ‘문재인 케어’ 등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건보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건보 진료비는 10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보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19일 건보공단이 최근 발간한 2022 상반기 건강·노인장기요양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보 진료비는 50조 845억 원으로 1년 전인 44조 8823억 원에 비해 11.6% 증가했다. 하반기를 포함해 반기 기준 건보 진료비가 5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료비가 이처럼 불어난 데는 고령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65세 이상 건보 진료비는 21조 4717억 원으로 전체의 42.9%였다.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의 건보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도 일정부분 건보 진료비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불어나는 건보 진료비를 건보 재정이 감당하기 벅차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건보 수지는 1조 4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규모는 2024년 2조 6000억 원 규모로 불어나고 오는 2028년에는 8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 국고 지원 확대, 지출 축소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데 어느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직장 가입자의 보험료율은 내년에 최초로 7%대 진입하는데 법정 한도는 8%다. 보험료를 올리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고 지원 확대는 보험료 부족분을 또 다른 혈세로 막는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지출 축소 역시 의료 서비스 이용자의 불만을 감수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