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과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로 채권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당장 21일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40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까지 회사채를 차환할 경우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1조 30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사태’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고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회사채 포비아(공포)’까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서울경제가 신용평가 데이터 업체인 NICE피앤아이에 등록된 대기업과 중견기업 회사채(금융·증권사 제외, BBB- 등급 이상) 397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21일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를 맞는 회사채 규모는 40조 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회사채가 만기일에 시장금리를 반영해 모두 차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1조 306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규모는 1조 9230억 원, 내년 24조 3300억 원이며 차환 가정 시 기업들이 1년 사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각각 626억 원, 7946억 원 등 총 8572억 원에 달한다.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차환 대기 물량은 올해 1조 8310억 원, 내년 11조 9215억 원으로 모두 13조 7525억 원이다. 이 역시 전부 차환된다고 가정하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4493억 원이다.
당좌거래가 정지된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처리된 당좌거래 정지 건수는 20일까지 총 15건으로 집계됐다. 월중임에도 올 들어 가장 많다. 정지된 당좌예금은 올 7월부터 4개월 연속 늘어 올해 총 116개를 기록 중이다. 유동성 경색을 버티지 못한 기업이 속출하면서 법인 당좌예금 계좌에 담긴 돈도 급감했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법인 당좌예금 계좌 잔액은 총 3조 9494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1% 줄어들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채금리와 회사채금리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우량 회사채도 금리가 5%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며 “채권안정펀드 등 정부 차원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서둘러 발행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