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2기 추모식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유족과 삼성 전·현직 사장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렸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해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과 계열사 전·현직 사장단 3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찾아 고인을 기렸다. 사내 홈페이지에 개설된 온라인 추모관에는 1만 건 이상의 추모 댓글이 달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문화재·미술품 기증, 감염병 극복 지원, 1조 원대 의료 공헌 등은 이른바 ‘KH 유산’의 3대 기증 사업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업이 2020년 4월 이뤄진 2만 3000여 점의 문화·예술품 기증이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7월 ‘이건희 컬렉션’으로 개최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면서 72만 명의 누적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이 회장의 기증 작품이 소장된 대구미술관·박수근미술관·이중섭미술관 등에도 관람객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시카고박물관에서 ‘이건희 특별전’을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2468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2144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족들은 이 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을 이어받아 의료 공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의 유산 중 1조 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 및 희귀 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7000억 원은 인류의 가장 큰 위험으로 떠오른 감염병 극복을 위해 쓰인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 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2000억 원은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등 인프라 확충에 투입된다.
이 회장이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한 어린이들의 질병 치료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소아암과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을 위해 지난해 4월 3000억 원을 기부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소아암 1만 2000여 명, 희귀 질환 5000여 명 등 총 1만 7000여 명의 환아가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아암과 희귀 질환의 임상·치료제 연구에도 9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2021년 8월 ‘이건희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을 발족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포한 후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 취임 당시 10조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 원으로 늘었고 이익은 2000억 원에서 72조 원으로 359배나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증가했다.
선진 경영 시스템 도입, 도전과 활력의 기업 문화를 만들면서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21년 브랜드 가치 746억 달러(글로벌 5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TV, 메모리 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업계 1위 상품을 기록하는 등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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