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마약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국무총리 산하에 마약류 관리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검찰을 중심으로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당정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쏟아낸 것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마약류 확산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마약과의 전쟁’을 주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정협의회에는 검경은 물론 국무조정실·법무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마약 관리 유관 기관이 총출동했다.
성 의장은 “마약은 과거처럼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소비되지 않는다. 10대도 SNS 등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외국인을 통한 마약류 유통도 심각한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2년 8월까지 마약 사범은 1만 223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압류 마약 수량의 경우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7㎏으로 8.4배 폭증했다. 성 의장은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되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마약이 국민의 일상 속에 스며들지 않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국무조정실 산하에 각 부처가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만들고 4대 권역에 ‘관계 부처 합동 수사팀’을 꾸릴 계획이다. 이 외에도 마약 수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부처 간 마약류 관련 통합 정보 체계도 구축한다. 식약처·국가정보원 등 유관 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해 마약의 통관, 유통, 의료용 처방 정보까지 한번에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마약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 재활 치료는 물론 청소년·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의장은 최근 유행하는 ‘마약 마케팅’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처럼 일반 상품 광고에서 마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번 대책은 윤 대통령이 마약류 확산에 대한 특별 대책을 당부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마약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가 넘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1일 경찰의날 행사에서도 “마약이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며 공식 석상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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