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은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업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추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 추세가 당분간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는 물론 생산량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판매량은 전 분기보다 모두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주요 공급처인 PC·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급감한 탓이다. SK하이닉스는 최신 공정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4세대 D램(1a)과 176단 4D(4차원) 낸드플래시의 판매 비중·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높여 원가를 절감했음에도 가격 하락 효과가 이를 상쇄하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그러면서 앞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웨이퍼 생산량도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생산량을 유지하고 저가 경쟁을 버티겠다는 삼성전자(005930)와도 전혀 다른 전략이다. 앞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기자 간담회에서 감산 여부를 두고 “현재로서는 논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기 이틀 전이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길을 따라가는 대신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처럼 생산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아 예측이 어렵지만 내년 D램은 10% 초반, 낸드플래시는 20% 중반 수준의 수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개발한 238단 4D 낸드플래시를 내년 중반부터 양산한다는 방침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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