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역대급 호황을 맛봤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배터리 출하량이 증가하고 강달러로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갖춘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4분기와 내년에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3분기 실적 발표회를 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는 각각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3분기 매출이 7조 648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89.9% 오른 금액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다. 영업이익은 5219억 원으로 3728억 원의 손실을 본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매출 5조 3680억 원, 영업이익 56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1%, 51.5% 증가했다. 삼성SDI가 매출 5조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연 매출 목표를 22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 분기에 연간 매출 예상치를 22조 원으로 밝혔는데 현재 예상으로는 25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여러 전기차 모델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자동차 파우치형과 원통형 모두 물량 증가가 많다. 신모델 출시와 더불어 소비자 대기 수요도 견조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 4분기도 3분기 대비 10% 내외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2024년에도 매출과 손익 모두 올해보다 의미 있는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이 이미 전년도 연간 수치를 웃돌고 있고 3분기 영업이익률도 10%를 넘겼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원소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전략을 펼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의 매출이 4조 83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증가했다. 자동차 전지는 프리미엄급 전기차의 견조한 수요 속에 P5(Gen.5)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의 전통적 성수기 효과를 바탕으로 올해 4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IRA는 미국의 친환경 정책 가속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친환경차 세제 혜택에서 핵심 광물 조건은 2023년부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광물을 활용해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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