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산하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 기존 한정판 스니커즈, 의류 거래를 넘어 중고 명품, 중고차, 미술품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한 품목 다변화와 거래액 증가가 예상되면서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크림의 존재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크림의 사용자 수와 매출 등이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어,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및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크림 투자자들은 크림이 2025년에는 IPO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대하고 있는 기업가치는 약 4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크림은 현재 약 1조 원의 기업가치를 내세워 20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데, 3년 후에는 4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크림의 이번 투자 유치에는 알토스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 네이버 등이 참여하는 것이 유력하다. 당초 크림은 신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도 기대했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중단하면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콰이어캐피탈, DST글로벌 등 해외 굴지의 투자사들이 크림에 관심을 보였지만, 갑작스레 경색된 시장 상황의 영향으로 현재 특별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가치나 조달 규모 측면에서 기대보다는 아쉬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할 설립된 크림은 국내 리셀 플랫폼 시장에서 거래액, 취급 품목, 사용자 수 측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패션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서도 업계 1위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무신사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실제로 크림은 올 상반기에만 거래액이 약 720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거래액(8000억 원)에 육박하는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크림이 향후 거래 단가가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중고차와 중고 명품으로 취급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품 거래도 크림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크림은 올해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CHIC'를 운영하는 '팹'에 7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0%를 확보한 데 이어 중고차 플랫폼 운영사 '체커'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향후 해당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염두에 두고 단행한 투자로 볼 수 있다.
현재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한정판 스니커즈와 시계, 가방 등 명품을 판매하면서 타 플랫폼 대비 높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구매 금액)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한 무기를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객단가는 거래액과 더불어 마진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된다.
또 크림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어서, 앞으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에 투자해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7월 일본 시장 점유율 1위 리셀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에 355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15%를 확보했다.
크림의 한 투자자는 “크림은 MZ세대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앞으로 해외 진출과 품목 다양화, 거래 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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